대본팀 : 이경아, 재니스장, 송희선, 소피아박, 제니퍼김, 정은진, 배한준, 윤용호, 김균형

이 대본은 ETA process를 통해 창작되었습니다. 즉 대본팀과 전체 캐스트 및 연출가가 함께 두달 간의 토론을 통해 구성된 대본입니다.

이 대본을 공연하신다면 환영합니다. 단 사전에 반드시 허가를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창작물은 별로도 등록하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저작권이 발동됩니다. 대본에 대해 관심이 있으시면 미국 전화 718-844-8608 이나 이메일 youngkimnow@gmail.com 으로 문의 주십시오.

브라보 마이 라이프

등장인물

로사 – 여 50대
경실 – 여 50대
은주 – 여 50대
정희 – 여 50대
남자 – 남자
가이드 – 남/녀 상관 없음

무대

워싱턴 DC

#1

배우들과 남자, 객석을 통해 들어오고 배우들은 객석에 자리잡고 남자는 무대 위로 올라간다.

1남자 자 여기가 그 유명한 화이트 하우스입니다. 이곳은 미국 대통령 집무실 겸 관저죠. 현재 미국 대통령은? 네 그렇죠. 조 바이든. 언제까지? 네 2024년까지. 어떻게, 연임이 가능할까요? (관객들에게 묻는다. 대답 듣고.) 자 그럼 이 순간에 퀴즈를 하나 내죠. 미국에는 대통령이 두 번의 텀으로 끝나게 됩니다. 맥시멈 8년이죠. 자, 문제 나갑니다. 미국 대통령은 두 번만 할 수 있다. 이것은 법으로 제한을 하는 걸까요? 아니면 그냥 조지 워싱턴부터 내려오는 관례일까요? (대답을 들어본 후) 그렇습니다. 관례가 아니라 법입니다. 원래는 관례였는데 4번을 연속으로 대통령을 한 사람이 있잖습니까? 그렇죠. 루즈벨트. 그래서 그 이후에 법으로 묶었습니다. 여기서 자유시간 드릴 테니까 한 번 둘러보시고 사진도 찍으시고 버스로 오세요.

남자 퇴장. 은주 로사 정희 경실 서로 사진 찍어 주고 관객과 같이 찍기도 하고 찍어 달라고도 한다. 어느 정도 진행하다가,

2정희 (객석을 둘러보며) 다들 커플인데 나만 혼자네. 아이고, 어쩌다가 이렇게 여행도 혼자 오게 됐나?
3은주 나도 혼자에요. 사실 난 혼자 오고 싶어서 가족들에게 얘기도 안하고 몰래 빠져나왔거든요.
4경실 때때로 같이 있을 때보다 혼자 있는 게 더 좋기도 해요.
5로사 우리 초면인데 인사나 하는 게 어떨까요?
6정희 그럽시다. 저는 정희구요. 열심히 돈 벌다 지금은 쉬면서 그냥 여행이나 하면서 뭘 할까 찾아보고 있어요.
7경실 저는 경실이고요. 흔히 말하는 전업주부예요.
8로사 저는 옷이 좀 이렇지만 사실 수녀예요. 제가 이 나이에 주책 같아 보이지만 여행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근데 그 팬데믹으로 갇혀 있었더니 아주 죽겠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평상복으로 갈아 입고 탈출했어요. 이름은 로사 에요.
9은주 반가워요 수녀님. 제 세례명은 아네스구요. 이름은 은주요. 네일 가게 하고 있어요. 간만에 바람이나 한 번 쐬려고 이렇게 오게 됐죠.
10경실 여행들은 많이 다녀 보셨어요?
11로사 아니요. 우리는 일이 일인지라 좀 구속과 제한이 많아요. (하늘을 가리키며) 저 분이 우리를 너무 사랑하셔서 우리한테 여러분을 잘 돌봐 드리라고 하도 뭐라고 하셔서 눈 코 뜰 새 없답니다. 그래서 여행도 제대로 못 가요. 그러니까 이번에는 내가 길 잃어버리지 않게 잘 이끌어 주세요.
12정희 그럼 나만 잘 따라오세요.
13로사 저 백악관에는 못 들어가나요? 한 번 들어가보고 싶은데. 저는 여행을 하고 싶어도 쉽게 나설 수 없어서 일단 여행을 가면 뭐든지 다 해보고 싶어요. 모든 것에 다 관심이 있어요.
14은주 저는 그 관심을 이제부턴 저에게 줄려구요. 워낙에 일에 치여 살고 가족들 돌보다 보니 막상 나한테는 아무런 관심을 못 가졌어요. 그래서 이 참에 여유도 가지고 생각도 할 겸 이렇게 일에서 떠나고 집에서도 떠났어요~~~~
15로사 그럼 가출했어요?
16은주 아니요. 여행을 떠나왔다고요. 하긴, 말안하고 왔으니 가출인가?
17경실 나도 그래요. 오랜 만에 집안 일 훌훌 벗어버리고 이렇게 혼자 떠나왔네요. 근데 정말 힘들겠어요. 나는 일을 하지 않아도 사는게 이렇게 힘드는데 일까지 하면서 살려면 얼마나 더 힘들겠어요.
18은주 맞아요. 남편은 그것도 모르면서, 자기만 생각해요. 게다가 나이 드니까 왜 그리 잔소리는 해대는지. 그렇다고 집안 일을 제대로 도와주기를 하나.
19정희 나처럼 혼자 사는 사람들은 그래도 편한 셈이네요.
20로사 자매님, 외롭지 않아요?
21정희 (과장해서) 외롭죠. 아주 사무치게 외로워요. 밤마다 은장도로 찔러요. 저는 정말 팰팍의 비구니라니까요.
22로사 저는 그래도 다행히 남자 친구가 있어요. 물론 지금도 계속 옆에 있어요. 내가 가끔 혼자 있고 싶을 때도 (화장실에서 앉으려 하며 약간 곤란한 태도로 위를 흘겨보며) 그 때도 옆에 있어서 좀 불편할 때도 있지만. 하여간 언제든 필요할 때 부를 수 있어서 좋기는 해요.
23은주 옳으신 말씀. 하느님이 항상 내 곁에서 우리를 돌봐 주시죠.
24로사 (정희에게) 자매님. 하느님 믿으시나요?
25정희 아니요.
26로사 꼭 성당이 아니더라도 어딜 가든 믿음이라는게 힘든 시기를 잘 버티도록 하는 힘이 되거든요.
27은주 그러고 보니 우리 진짜 힘든 시간 보냈어요. 팬데믹 때 정말 난리도 아니었잖아요.
28로사 그래도 무사히 고비를 넘기고 이렇게 여행도 올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하느님께 감사 드려야죠.
29은주 정말 불편하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우리 가족들 다 무사하고 이렇게 여행까지 왔네요.
30경실 (너무 하느님 얘기만 하니까 살짝 기분이 상해서) 혹시 하느님이 존재할까요? 없거나 아니면 뭔가 굉장히 바쁜 일이 있어서 우리를 잊고 있거나.
31정희 수녀님 얼른 가서 저 분부터 구제하세요. 나보다 저분이 더 급하네.
32로사 자매님, 무엇이 그리 그대 마음을 그렇게 뒤틀리게 했나요?
33경실 그렇잖아요. 사실 그 동안 수많은 문제들 아무 것도 해결해 주지 않았잖아요? 덕분에 세상은 점점 더 살기 어려워지고.
34정희 맞아. 하느님이 진짜 있다면, 그리고 우릴 사랑한다면 뭐라도 해야죠. 뭔가를 보여 줘야 하잖아요. 우린, 보이지 않으니 믿을 수 없는거구.
35은주 꼭 하느님이 뭔가를 보여줘야만 믿는 건 아니죠.
36로사 믿음이란 상대를 믿는 것이기도 하지만 내 속에 이미 들어 있을 수도 있어요. 내 속에 하느님이 있어서 나를 잡아 주니까요.
37은주 세상 사는데 하느님이라는 버팀목조차 없었다면, 아마도 전 지금 보다 더 많이 지쳐 있을 거예요. (한 숨 쉬고) 제 유일한 낙이 일요일에 성당 가는 거거든요. 거기서 미사도 보고, 같이 점심도 먹고, 다른 분들 사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거든요. 근데 이젠 그것도 … 접어야 할까 봐요.
38로사 자매님. 속상한 일이라도 있었나요?.
39은주 요즘은, 애들도 남편도 없이 주로 혼자 성당을 가게 돼요. 그럼 사람들이 자꾸 물어요. 무슨 일 있냐고. 애들 이랑 남편은 왜 안 왔냐고…. 저의 대단한 남편님께서는 골프 치러 가셨고 애들 님은 장가 가셔서 이제 소인만 홀로 이렇게 옵니다 라고 말하기도 뭐하고.
40경실 우리 여행이나 다닙시다. 그냥 다 털어 버리고 놀러나 다니지 뭐. 우리 한 달에 한번은 꼭 일박이라도 여행 가기. 어때요?
41정희 좋아요. 우리 다음에는 어디 갈까요? 너무 좋다~ 이제 같이 다닐 친구들이 생겼으니 더 많이 다녀야지.
42로사 음 …남자 스트립쇼도 한다는 라스베가스 어때요? 그 정도는 한 번 봐 줘야 되는거 아닌가? 자 갑시다. 자매님들. (함께 행진을 해서 객석 앞에 선다. 마치 기도에게 막힌 듯 그리고 좀 들어가자고 하는 듯 쳐다보다가 자기 옷을 내려다 보고) 내가 수녀복 입고 가면 문 앞에서 딱지 맞기 딱 좋겠죠?
43경실 지금처럼 입으시면 되겠네요.
44로사 그럴까요? 다음에는 남자처럼 할까? 나도 그 슬롯머신 한 번 당기고 벨 한 번 요란하게 울려 볼까요? 으하하하하하
45경실 남장보다는 미니스커트랑 탱크탑 어때요? 립스틱~ 짙게 바르고~
46로사 에이 이 나이에. 쑥스럽게. (립스틱 짙게 바르고를 부르며 화장을 하고 섹시하게 걷고 등등… 관객의 박수를 유도하고)
47정희 전 요즘에는 노래를 배워요. 지난 번에는 그림을 배웠고.
48경실 나도 같이 배우고 싶어요. 지금까지 나는 아무 것도 못해보고 그 흔한 사회생활이라는 것도 못해보고
49정희 나는 그걸 너무했고 그래서 탈진한 상태고
50경실 하여간 그래서 지금까지 못해본 것 이제라도 시간 내서 이것 저것 배워보려는 거죠.
51은주 그런 걸 어디서 배워요? 나도 배우고 싶은데. …..
52정희 가끔 인터넷 보다 보면 이런 저런 강좌들이 올라와요.
53경실 근데 정말 그런 배우는 데 가보면 확실히 여자들이 많아.
54정희 맞아요. 확실히 남자는 거의 없어요.
55로사 왜 그럴까요?
56경실 남자는 다른 것도 할 수 있으니까?
57은주 남자한테 우선 순위는 1 나 2 아빠 3 남편인 것 같아요.
58정희 나 아빠 남편?
59로사 그럼 여자는요?
60은주 여자한텐 1엄마 2 아내 3 나 겠죠?
61정희 엄마 아내 나? 내가 꼴찌네.
62경실 슬퍼진다.
63은주 그래서 남편 겉돌고 애들 떠나면 나만 남게 되니까 삶이 얼마나 공허해지겠어요.
64정희 여자는 결국 혼자 있는게 아니라 자식과 남편이라는 자기보다 더 큰 알들을 항상 품고 살고 있네.
65은주 맞아요.
66정희 그러다 그 알들이 없어지면… 그냥 무너지네. 아우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67경실 나는 언제나 그 자리에 서 있는데 어느 날 보니까 나 혼자가 돼 있고
68로사 갑자기 이게 뭐지? 생각이 들겠네요.
69은주 게다가 몸까지 변해요. 당연한 얘기겠죠. 변화가 생기는 게. 피곤해지고 뭔가 불안해지고 기억력도 떨어지고 우울해지고 어떨 때는 잠도 못 자요.
70경실 그게 바로 갱년기라는 거죠.
71로사 갱년기…
72정희 근데 아직도 갱년기에 갇혀 계시나? 이미 다 지나간 일 아닌가?
73경실 사람에 따라 다르지. 빨리 오는 사람도 있고 늦게 오는 사람도 있고. 짧게 겪는 사람도 있고 길게 가는 사람도 있고.
74로사 자매님들. 그 갱년기가 구체적으로 어떤 증상이 있어요?
75경실 한 번 보실래요?

조명 바꾸고 남자 의사 가운을 걸치고 나와 앉는다. 경실 옆에 앉는다.

76경실 안녕하세요?
77남자 살기가 어떠세요? 요즘.
78경실 글쎄요. 그냥 우울하고.
79남자 그렇죠? 피곤하기도 하시고
80경실 예.
81남자 식욕도 별로 없으시고.
82경실 예
83남자 매사에 의욕도 별로 없으시죠?
83경실 예.
85남자 필요 이상으로 예민하고 집중력도 떨어지고 기억력도 떨어지고.
86경실 예
87남자 괜히 짜증나고 괜히 긴장되고
88경실 그렇다니까요.
89남자 남편하고는 몇 번이나?
90경실 네?
91남자 같이 주무시나요?
92경실 그거야 당연히 매일 같이 자죠.
93남자 그냥 손만 잡고 주무시나요? 아니면?
94경실 주로 손도 안 잡고 그냥 잡니다.
95남자 그러니까 한 달에 몇 번 정도?
96경실 한 달에 몇 번이요?
97남자 예.
98경실 한 달에 몇 번이 아니라 몇 달에 한 번 정도.
99남자 예.
1경실 아무도 저에게 관심을 같지 않는 것 같아요.
2남자 예.
3경실 애들도 모두 저한테 무관심하고.
4남자 예.
5경실 남편은 집에 들어오면 잠만 자고.
6남자 예.
7경실 저에게 전화하는 친구도 별로 없고.
8남자 예.
9경실 그리고 온 몸이 다 아픈 것 같고.
10남자 예.
11경실 느닷없이 심장도 뛰고 얼굴도 빨개지고
12남자 예
13경실 매사에 관심이 없어요.
14남자 예.
15경실 내가 여자가 맞나 싶기도 하고
16남자 예.
17경실 그냥 짜증만 나요.
18남자 예.
19경실 화가 나요.
20남자 예.
21경실 정말 화가 난다구요.
22남자 예.
23경실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다 나를 화나게 만들어요.
24남자 예.
25경실 남편도 보기 싫고 아이들도 보기 싫어요.
26남자 예.
27경실 그냥 다 팽개치고 혼자 살고 싶어요.
28남자 예.
29경실 그냥 어디 조용하고 어두운 곳에서 숨도 쉬지 않고 누워 있고 싶어요.
30남자 예.
31경실 뛰어내리고 싶어요.
32남자 예.
33경실 다 부수어 버리고 싶어요.
34남자 예.
35경실 너무 허무해요. 내 인생이 너무 허무해요.
36남자 예.
37경실 내가 뭘하고 살았나? 앞으로는 뭘하고 살까? 정말 한심하고 막막해요.
38남자 예.
39경실 다 털어 버리고 싶어요. 다 부수어 버리고 싶어요. 다 부수어 버리고 싶다구요.
40남자 예. 맞습니다. 갱년기. 지금까지 얘기하신게 바로 갱년기 증상입니다.
41경실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해결해요?
42남자 과도한 음주와 흡연을 삼가하고, 적절한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한 체중관리를 철저히 시행하며, 고혈압, 당뇨, 간질환 등의 만성 질환에 대한 꾸준한 감시와 적절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43경실 뭐라고?
44남자 과도한 음주와 흡연을 삼가하고, 적절한 운동과 …
45경실 그런 거 말고. 자꾸 집 밖으로 돌고 있는 남편, 아이들 이거 어떻게 하냐구?
46남자 저는 흥신소가 아니라 의사라서… 그거는 잘 알아서 하셔야…
47경실 야 이 십장생아

은주가 과격해지자 남자 놀라서 도망간다.

48남자 (도망가다 멈추어서) 가족이 중요해요. 가족. 아이들과 남편이 함께 신경을 써 줘야 덜 힘들어요.
49경실 그건 나도 안다고. 내 아이들하고 남편 데리고 와.

남자 퇴장.

50정희 에헤 왜 이러실까? 인정할 건 인정하고 살아야지.
51경실 인정? 뭘 인정해? 나 말리지 마.
52로사 자매님.
53경실 왜요?
54로사 하느님께서 보살펴 주실 겁니다.
55경실 아이구 속터져. (남자가 퇴장한 쪽을 향해) 야 너 이리오라구
56정희 됐어. 됐어. 이제 그만해.
57경실 그만할까? 아, 소리 한 번 지르고 나니까 좀 후련하네. (한 번 더) 야 이 십장생아
58로사 자매님.
59경실 하긴 갱년기가 그렇게 쉽게 해결되면 왜 사람들이 갱년기 갱년기 하겠어. 그게 잘 안되니까 그렇게 말들이 많겠지.
60은주 그런데 나한테는 더 큰 문제가 있어요.
61로사 뭔데요?
62은주 사람들이 그러잖아요. 살면서 의사 하나, 변호사 하나, 그리고 판사 하나는 알아 둬야 된다. 근데 지금 내가 아들이 둘인데 하나는 의사 또 하나는 검사거든요.
63경실 자식 농사 잘 졌네.
64은주 그렇게들 말하죠.
65로사 부럽다. 나도 애 하나 있었으면 대통령 시켰을텐데.
66정희 수녀님은 참으시고.
67은주 사실 내가 걔들 그 자리에 올리느라 뼈빠지게 고생했어요. 아마 걔들은 잘 모르겠지만.
68경실 뭐 알아 달라고 그렇게 하는 건 아니니까.
69정희 그렇죠. 부모의 지극정성을 사실 자식이 이해하기는 어렵지.
70로사 자매님. 간만에 오른 말씀하시네.
71정희 왜 이러세요? 나라고 항상 비판적이지는 않아요. 난 그래도 인생을 즐길 줄 안다구요.
72은주 진짜 어려서부터 좋은 학교 보내느라 이사 다니고 학교 활동도 가장 적극적으로 시키고 학교 끝나면 과외 시키고. 수시로 특별활동 데리고 다니고.
73경실 진짜 우린 자식들을 위해 뭐든 다하지.
74은주 그럼 뭐해요. 자식도 품안의 자식이라고 이제는 집에도 자주 오지 않아요. 진짜 어떤 때는 화가 나요. 그렇다고 멀리 살면 말도 안해. 기껏 30분 거리에 살면서 한 달에 얼굴 한 번 제대로 볼 수 없어요.
75로사 자매님. 자식들에게도 다 그들만의 중요한 삶이 있을 겁니다.
76은주 왠지 허무하고 화가나요. 그렇게 공들여 키웠는데.
77정희 그래서 명언이 있지. 살아 있을 때 절대로 자식들에게 유산을 물려주면 안된다. 대신 조금씩 자꾸 보여주래. 그러면서 나 돈 있다라고 하면 그 돈 때문이라도 자식들이 찾아 온다거든.
78로사 그건 좀 너무 심하다.
79은주 얼마나 속상하면 그런 얘기까지 하겠어요. 나도 한 푼도 안 물려줘야겠어.
80경실 너무 마음 쓰지 말아요. 그래도 남편하고 사이좋게 행복하게 지내면 되는 거니까.
81은주 남편? 남편 얘긴 하지도 마세요.
82경실 아니 왜. 남편하고 뭐 안 좋아요?
83은주 이 나이에 뭐 좋고 안 좋고도 특별히 없지만, 하여간 아무래도 조만간 뭔가 대형 사고를 한 번 쳐야겠어요.
84로사 자매님, 흥분을 가라 앉히시고.
85은주 아니 그렇잖아요. 이 인간은 나를 아예 투명인간 취급한다니까. 그래서 지금 생각 중이에요.
86정희 뭘 어쩌려구요?
87은주 짐을 싸서 아예 나가 버리든가, 아니면 재산 반씩 가르고 이혼하자고 하든가. 아니지 남편 짐을 싸서 남편을 쫒아 버려야지.
88로사 자매님. 오늘 매사 너무 극단적이시다.
89은주 아니에요. 사실 내가 오늘 마음 정리가 필요해요. 이대로는 못살아요. 미칠 것 같아요.
90경실 그래도 그렇게 감정적이 되면 안되고. 도대체 왜 그러는데요?
91은주 이 인간이 밖에다 살림을 차렸어요!
92정희 어떤 년이야? 데리고 와. 내가 그냥 머리카락 다 뽑아버릴테니까.
93은주 그게 어떤 년이 아니고 골프하고.
94경실 뭐?
95은주 그 인간이 그러더라고요. 난 이제 골프 말고는 아무 것도 상관하고 싶지 않아. 그게 자기 은퇴생활이래요. 나는? 마누라는 하루 종일 그 독한 냄새 맡으면서 일하지, 집에 오면 밥하지 빨래하지 청소하지. 이 인간은 밥 한 번을 안 해. 해서 차려 주기만 기다려. 차려주면 그거 먹고 클럽 메고 나가요. 당연히 설거지 한 번 안하고.
96정희 하긴. 골프에 미친 인간들이 좀 있지. 그게 그렇게 좋은가?
97경실 어쨌든 그러면서 돈도 벌고 애들도 잘 키웠고 그럼 뭐 그리 나쁜 인생은 아닌 것 같은데. 남편이 특별히 사고를 친 것도 아닌 것 같고.
98은주 그렇죠. 남편이 특별히 사고를 치지 않았으니까 다 문제 없죠. 남편이 뻑하면 하는 얘기가 바로 그거예요. 나는 도박도 안하고 바람도 안피고 사업하다가 말아 먹지도 않았다. 고로 나는 문제 없다.
99경실 하도 사고 치는 남자들이 많으니까 그나마 그 사고라도 안치면 다행이라는 뜻이지 뭐 문제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죠.
1은주 사고 안치고 다른 곳에 한 눈 팔지 않는다. 좋아요. 하지만 나한테는 한 눈을 팔아야 하는 거잖아요.
2로사 그렇죠. 부부라는 건 서로 챙겨줘야 하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인데. 더군다나 자식들 독립하면 둘이 서만 살아야 하는데.
3은주 내 말이
4경실 남자가 문제야.

큰 아들이 엄마를 찾아 왔다.

5남자 엄마. 나 이번에 오피스 새로 구해서 독립하려고 해.
6은주 그것도 괜찮지. 이제 좀 경력이 붙는 것 같으니?
7남자 아직 걱정이 좀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계속 다른 의사 밑에 있을 수는 없으니까.
8은주 그래. 엄마가 뭘 좀 도와주랴?
9남자 괜찮아. 내가 다 알아서 할 수 있어.
10은주 걱정하지마. 엄마가 열심히 일하고 돈 버는게 다 이럴 때 쓰자는 거니까.
11남자 아니야. 아니야. 내가 이제 독립해 나가면 버는 것도 더 괜찮아 질거고 모기지도 잘 갚을 수 있을 거야. 뭐 다운 페이가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12은주 그럼 이 엄마가 다운 페이 보태 줄게.
13남자 괜찮아. 내가 해결할 수 있어.
14은주 엄마가 엄마 역할 좀 하게 놔둬. 그래 집이나 오피스는 보아 둔 곳이 있어?
15남자 지금 사는 동네보다 좀 더 괜찮은 곳으로 가려고. 애들 학교도 중요하니까.
16은주 어디로 이사 가게?
17남자 봐둔게 있어. 집도 괜찮고 나중에 엄마 아빠가 와도 잠깐 있다 갈 만한 방도 있고. 그래서 좋아.
18은주 그래? 동네는? 우리 집이랑 가까워?
19남자 여기서 좀 더 멀어졌어.
20은주 어딘데?
21남자 Warren. 저쪽 남쪽에 있는 곳이야. 우리 애가 다닐 학교도 괜찮고. 거리도 한 시간이니까 그렇게 멀지 않아.
22은주 한시간이 안 멀어? 지금 사는 곳이 30분인데도 너 얼굴 보기도 힘든데. Northern Valley 쪽도 학군 좋다던데 그쪽으로 가. 엄마가 다운페이 해줄게. 그리고 엄마도 너희 동네로 이사 가도 되고.
23남자 엄마 나도 엄마 옆에 있고 싶은데, 이미 그쪽에 내 오피스 봐 둔 곳이 있어, 엄마 내 미래가 거기 있어.

남자 고개 숙이고 움직임이 없다 (꼭 로버트 스위치가 내린 것처럼)

24은주 (혼자 말) 그래. 너의 미래…… 예전에 내 미래는 화가였다. 근데 다 버렸어. 새로운 미래가 생겼기 때문에. 바로 너와 네 동생 케빈. 너와 네 동생이 바로 내 미래라고.

남자가 움직이며

25남자 엄마. 나 이번에 워싱턴으로 이사 가야해.
26은주 케빈아 그게 뭔 말이야? 워싱턴? 거기 4시간은 운전해야 하는데잖아?
27남자 나야 나라에서 가라면 가야하니깐. 거기서 일단 3년 있어야 해.
28은주 그럼 검사 하지 말고 변호사 하면 안돼? 엄마랑 이 동네에서 살면 안돼? 너 색시도 워싱턴 가는 거 좋대?
29남자 에이, 엄마, 나 검사 됐다고 좋아 하더니, 변호사? 엄마 난 검사가 적성에 맞아. 그리고 제시도 너무 좋대. 제시는 거기서 공부를 좀 더 하겠대.
30은주 공부? 아이는 안 낳고? 그리고 걔는 뭔 공부 욕심이 그리 많아. 그래서 언제 가야 하는데?
31남자 응, 올 3월에 가야해.
32은주 결정한거야? 그러기로? 그럼 엄마는?
33남자 엄마는 아빠 있잖아. 엄마, 이제 일 그만하고 아빠랑 같이 여행도 가고 골프도 치면서 지내.

남자 퇴장

34은주 ( 혼자 말) 아빠? 그게 누군데? 일주일에 한 두 번 보는 그 남자? 골프에 빠져서 골프공에 본인 이니셜 넣느라 바쁘고 골프 클럽 상처 난 거보면 눈깔 뒤집어지는 그 남자?

남자 골프채 들고 등장.

35남자 은주 나 다음주에 친구들이랑 플로리다 4박 5일 골프 여행가기로 했어. 그리고 이것봐 봐. 이번에 구입한 놈인데…멋지지!!!!! 이거 하나에 삼천불 줬지.
36은주 헉 그거 하나에? 삼천? 미쳤어. 그렇게 비싼 걸로 골프치면 공이 저절로 구멍에 들어가? 그리고 다음 주에 나 병원가야 한다고 같이 가기로 했잖아. 위내시경 장내시경 이라서 나 혼자 못 간단 말이야…
37남자 골프를 몰라도 너무 모르네 내 몸에 딱 맞춰서 제작한거야, 이걸로 치면 비거리도 더 나오고… 오늘 연습해봐야지..
38은주 아니 나 위내시경 장내시경 어쩌냐고? 가지마? 확 죽어?
39남자 뭘 또 그렇게 이야기해? 그냥 검사잖아. 수술도 아니고. 택시 타면 될 거 아니야? 아…그래, 내 친구 스티븐 알지? 그 친구 택시회사 하잖아. 걔한테 직원하나 셋업 하라고 할게. 다녀와서 당신 좋아하는 우드버리 가서 원하는거 하나 사줄께. 좀 봐주라
40은주 내가 무슨 우드버리를 좋아해. 당신이 골프 옷 산다고 갔지.
41남자 에잇! 왜 이렇게 트집을 잡는 거야? 내가 바람을 피워? 도박을 해? 아니면 사업한다고 돈을 날려 먹어? 오로지 골프 좀 하는 걸 가지고 뭔 바가지야? 나도 다 생각이 있어.
42은주 생각? 어떤 생각? 바람 안 피우고 도박 안하고 사업한다고 돈 날려 먹지 않으면, 집에 혼자 있는 난 생각 안해?
43남자 무슨 애냐? 살펴보긴 뭘 살펴봐. 에이 나 골프치러 간다.

남자 퇴장

44은주 (혼잣말) 미국에 온지 30년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 내가 기대하던 인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남편을 위해 자식을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해 살아왔죠. 이제 나에게는 뭐가 남았나요? 내 미래는 어디 있죠? 내가 잘 못 살아왔나요? 남편 자식 보다 나 자신을 먼저 챙겼어야 하나요? (객석을 향해 묻는다.) 지금까지 잘못 살아왔다고 후회해야 하는게 맞는 거죠?

팡파레 나오고 조명 바뀌면 남자 골프채 들고 등장. 멋지게 휘두르고. 하하하

45은주 (남자에게 쫓아가 골프채를 뺐어 들고 도망가고 쫓아가고 하다가 잡혀서 엎드려 뻗쳐를 시킨다. 다른 배우들은 모두 벤치 위에 자리 잡고.) 이런 남자 짜증나요!!!
46경실 저녁 시간 혼자 즐기는 남자 – 밥만 먹으면 바로 일어나 티비 리모콘 들고 티비만 쳐다보며 나는 투명인간 취급하는 남자!
47로사 보채는 남자 – 간만에 외출한다고 준비하면 뭐가 그렇게 급한지 내가 뭘 좀 얼굴에 찍어 바르고 옷도 다시 보고 있노라면 5초에 한 번씩 나가자고 들들 볶는 남자!
48정희 정리 정돈 못하는 남자 – 빨래 거리 하나 제대로 빨래통에 넣지도 못해 흘리고 오줌 쌀 때 변기 주변에 온통 튀기고 설거지 한 번 도와 주면 싱크대를 온통 물바다로 만들고 뭘 해도 제대로 못하는 남자.
49경실 혼자 여가를 즐기는 남자 – 집에서 할 일은 산더미, 빨래, 설거지, 청소, 화분에 물주기, 그래서 빨래라도 개줘~~이럼 못 들은 척 바로 드러 누워서 소파와 합체…
50로사 스포츠에 미친 남자 – 모처럼 휴일이면 가족들과 놀러가거나 애들과 함께 하는 대신 하루 종일 스포츠 채널 보며 눈이 티비에 꽂힌 남자.
51정희 잔소리 많은 남자 – 여성 호르몬이 자꾸 많아져 아주 주둥이가 가벼워져서 그냥 잔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남자!
52경실 딴 소리 하는 남자 – 간만에 밥먹으로 나가자고 하면 아무 곳이나 가서 먹자고 하고 꼭 거기 가면 이건 안 먹느니 이건 뭐가 어떠느니 하면서 투덜거리는 남자!
53은주 정말 이 생각 없는 남자, 남자가 나를 짜증나게 해!!!!!

골프채를 들고 남자를 때리려 높이 들면 남자가 <잠깐> 소리치고 얼른 일어나 골프채를 뺐어 들고 <엄마>를 부르며 퇴장.

54은주 거봐라. 니가 힘들 때 누구 부르냐?
55로사 자매님. 용기를 내세요.
56경실 남편이라도 내 편이 되면 한결 위로가 될텐데…
57정희 어떻게 남자를 확 뒤집을 방법이 없을까?
58은주 나도 이제부터 사는 방식을 바꾸어야 겠어요. 가족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 노래도 배우고 탱고도 배우고 골프도 쳐야겠어요.
59정희 좋은 생각이에요.
60경실 그럼 집안은 누가 돌봐요?
61은주 돌볼 것도 없어요. 어차피 집에 아무도 없으니까.
62로사 그래도 청소도 해야 하고 밥도 해야 할 것이고 정리 정돈도 하고
63정희 그걸 꼭 여자가 해야 해? 남자는 팔이 없어 다리가 없어?
64로사 그렇죠. 그건 불공평하죠???…
65경실 그래. 남편이 골프치러 간다고 나가려고 하면 얼른 붙잡아서 집안 청소시키고 그 사이에 준비해서 같이 나가서 골프치고 와요.
66은주 거부하면?
67정희 그럼 집에 가서 아무 것도 하지마. 그냥 잠만 자고 나오는 거야.
68경실 콜! 어차피 아쉬운 건 내가 아니니까.
69은주 그렇지. 내가 아무 것도 안해도 난 아쉬울 것 없지.
70로사 자매님, 그래도 집안의 평화를…
71정희 (말을 가로채며) 위해서 꼭 여자가 참아야 하는 건 아니죠.
72은주 그래요.

#2

가이드 등장

73남자 아니 여기서 뭐들 하세요? 여행 계속 하셔야죠. 자 그쪽으로 서세요. 오늘의 마지막 코스입니다. 저기 문장 하나 보이시죠? Freedom is not free. 워싱턴 DC에서 저 문장을 보실 수 있는 곳은? 그렇죠. 바로 한국 전쟁 메모리얼. 거기서 무엇을 볼 수 있는지 한 번 설명해 보시겠어요? 그렇죠. 군인들이 앞으로 나가고 있죠. 아마도 자유를 위해서? 민주주의를 위해서? 저 Freedom is not free.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내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면 결국 무너지는 것이죠. 이게 정말 우리에게는 뼈저린 아픔이죠. 사실 우리가 둘러보고 있는 이 워싱턴 DC에 있는 7000 그루의 벚나무들. 그 중 절반은 우리나라에서 뽑아온 것입니다. 물론 일본이 도쿄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일본 벚나무라고 했지만 이미 오래 전에 유전자 감식을 통해 우리나라 제주도 왕벚꽃이라는 것이 밝혀 졌습니다. 하긴 우리가 아직도 일본이라는 나라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문제는 문제지만. 어쨌든 우리는 이 전쟁터에서 우리의 소중함으로 다시 한번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 자유 시간입니다.

남자 퇴장

74정희 Freedom is not free 저거 진짜 명언이지. 내 전공이 역사야. 그래서 내가 좀 알지. 한 마디로 나를 지킬 수 없다면 허당이다 이거지. 6.25를 봐봐. 실제 싸운 기간은 딱 7개월. 그리고 나머지 2년간은 휴전하라고 중국놈 미국놈들이 끼어들면서 시간만 질질 끈거지. 6.25만 그런게 아니에요. 임진왜란을 봐봐. 그건 더해. 실제 전쟁 3개월했다니까. 그 이후부터 명나라놈들과 일본놈들 사이에 휴전 협정을 벌였거든. 그 휴전 협상 테이블에 우린 빠졌었고. 6.25때도 임진왜란 때도. 그때 우리가 뭘 할 수 있었겠냐고 힘이 없는데? 난 정말 저 Freedom is not free 가 너무 너무 가슴에 와 닿아.
75은주 그러니까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힘을 길러야죠.
76정희 단순히 힘을 기르는 것으로는 부족해요. 어느 순간 호구로 보이면 바로 물어 뜯기는 거니까.
77경실 그래. 하여간 일본은 안돼.
78정희 아무래도 내가 대통령이 돼야겠어요.
79로사 자매님. 갑자기 무슨 말이 에요?
80정희 대통령이 돼서 여자애들 군대 보낼 거야.
81경실 뭐? 갑자기 이 순간에 왜 여자애들 군대 얘기가 나와??
82은주 여자애들 군대에 보낸다?
83로사 그래. 난 여자애들 군대 보내는 얘기 공감이 돼. 우리만 봐도. 사실 우리가 좀 뭐랄까 남자에 비해 독립심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
84경실 그런 면이 있기는 하죠. 그렇다고 군대 가면 그 문제가 해결 돼요?
85정희 다 해결될 수야 없겠지만 꽤 많이 진전될걸. 미국만 봐도 알 수 있잖아. 얘들 체육시간을 얼마나 중시해. 그러니까 일단 몸에 자신감이 붙어야 뭐든 할 수 있는 거지.
86로사 자매님. 진짜로 대통령 출마 한 번 해보시죠.
87경실 바로 떨어집니다.
88정희 내 생각에는 여자애들이 군대 갔다 오면 지금 우리 세대보다 훨씬 더 씩씩하고 용감한 여자들이 될 거야. 우린 좀 여기 저기 의지하는 면이 있지. 옛날부터 그랬잖아. 어려서는 아버지를 따르고 시집가서는 남편을 따르고 남편이 죽어서는 아들을 따른다. 이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냐고. 우리가 무슨 남자들 기생충이냐?
89경실 사실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훨씬 더 잘할 수 있어.
90로사 자 이 자매님을 청와대로 보냅시다. 와….
91정희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를 청와대로 보내 주십시오. 제가 여자애들 싸그리 군대 보내서 대한민국을 세계 최고 국가로 이끄는 반석을 만들겠습니다. 하하하

음악 나오고 조명 바뀌며 남자 등장해 여자에게 머리띠를 묶어 준다. 태권도 시범. 끝나면 조명 바뀌며 음향 아웃

92경실 근데 난 저 벚나무들이 우리나라 벚나무라는 거 지금 처음 알았네.
93은주 뭔가 우리하고 비슷하지. 동병상련의 느낌이 있어.
94로사 근데 저 나무들이 우리 나라에서 뽑혀 왔다고 했잖아요?
95정희 품종은 제주도 왕벚꽃이고 저 나무를 뽑아온 곳은 울릉도라고 하더라고요.
96경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일본 벚꽂 일본 벚꽃 하고 있네.
97정희 아쉬운 일이지. 우리 백악관 테러해서 저 벚꽃 축제를 한국 벚꽃 축제로 바꾸라고 할까?
98로사 자매님. 그거 괜찮은 생각이에요. 근데 테러보다는 로비가 더 빠르죠.
99정희 그럽시다. 그래서 나를 빨리 대통령으로 뽑아줘요. 그러면 벚꽃 축제를 한국식으로 바꾸자고 로비를 할테니까.
1경실 오늘 왜 그래? 뭘 그렇게 즉흥적이야? 차라리 이번 당선된 한국계 의원들에게 얘길하는게 더 빠르지 않을까?
2정희 그렇지. 이번에 꽤 여러 명 당선됐지.
3은주 아마 쉽지 않을거예요. 그 동안 일본이 미국에 뻗쳐 놓은 줄이 얼마나 많은데. 왜 재작년인가 그 하버드 교수 램지어라는 놈만 봐도 그래요. 수많은 증언과 증거들이 있는데도 위안부는 매춘부다 우기는 거 봐요. 참, 학자로서의 양심도 없지.
4로사 하긴 우리나라가 아직도 일본을 벗어나지 못하는 건 사실 문제죠.
5경실 그래도 요즘 우리나라 많이 좋아졌잖아요.
6정희 좋아지긴 뭐가 좋아져? 맨날 그 모양 그 꼬라지지. 싸움질이나 해대고. 아직 멀었어.
7로사 자매님. 그건 아니죠. 이미 세계가 대한민국을 선진국이라고 인정도 했는데.
8정희 그러세요? 수녀님. 세계가 인정하면 뭐해요? 나는 인정 못해.
9로사 왜? 왜 인정을 못해요?
10정희 왜? 왜 이유가 있어야 해? 턱 보면 보이잖아. 아직 한국은 멀었어.
11로사 자매님. 그렇게 맹목적으로 우리를 비하하면 안돼요. 우리 자부심 좀 가져도 돼요.
12정희 자부심? 그런 소리 말아. 이 먼 이국땅까지 와서 한국사람끼리 사기나 치는데. 아니 그렇게 여기 살면서도 아직도 몰라?
13은주 그럼 우리 이 참에 강의나 한 번 들어볼까요? 주제는 한국의 현재. 교수님 나오세요.

남자 등장.

14남자 안녕하세요?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느냐? 이것이 오늘의 강의 주제입니다. 한국의 여권 파워는 몇 등? 2등. 비자없이 갈 수 있는 나라 187개. 참고로 미국 영국 6등. 우리나라 무역 순위 세계 7위, 군사력 세계 6위, GDP 11위, 조선 산업 1위, 고등교육 인구 3위, 인구대비 특허출원 압도적 세계 1위. 게다가 세계인들이 한국 드라마 영화 음악에 환장합니다. 우리는 세계 최빈국이었죠. 일본이 우리나라를 아주 박박 긁어서 모조리 빼앗아 갔죠. 그리고 패전국인 일본이 갈라지는 대신 힘 없던 우리가 갈라졌죠. 일본이 우리를 지배하면서 2천만이었던 우리 민족의 거의 절반인 800만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들이 철도를 놓아주었죠. 왜? 효율적인 수탈을 위해서. 하지만 백미는 역시 교육. 한국인을 패배의식에 쩌는 민족으로 만드는 교육. 그 덕분에 우리는 우리를 형편 없는 민족으로 여깁니다. 가끔 버스로 여행하다 보면 항상 버스 앞에만 앉으려 고집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 사람들을 보고 많은 분들이 “한국 사람은 저런 게 문제야”라고 말합니다. 자 그렇게 말하시는 분. 당신은 한국인 아닌가요? 한국인이죠. 당신은 저렇지 않은가요? 저렇지 않죠. 그럼 옆에 계신 다른 분들은? 그 분들도 다 저렇지 않죠. 그럼 당신을 비롯해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저렇지 않다는 거네요. 그죠? 그런데 왜 한국 사람은 저런게 문제야라고 일반화시키나요? 저런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어요. 일본에도 있고 미국에도 있어요. 한국인이라서 그런 게 아닙니다. 이것이야말로 일본이 우리에게 남겨 놓은 패배주의 식민주의 교육의 잔재죠. “조선 놈들은 안돼.” “조선 놈들은 맞아야 해.” 뭐 이런 한심한 얘기들에 우리가 스스로 “우린 안돼” “우린 맞아야 해”라고 생각하며 맞추어 가는 거죠. 그럼 되겠어요? 우리를 다시 보고 객관적으로 평가합시다. 이상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남자 퇴장

15경실 근데 진짜 저 한국놈은 저게 문제야 이건 공감이 가요. 우리 가끔 그러잖아요.
16은주 그러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저런 부정적 생각이 우리 속에 들어 있었다니.
17정희 일본 진짜 나쁘다. 어떻게 이렇게 사람을 교육시켜놨어?
18로사 근데. 한국에 문제가 있는건 사실이에요. 왜 재작년인가? 서울대에서 청소하는 분이 쉴만한 곳도 없이 구석방에서 쉬시다 돌아가셨잖아요.
19정희 보라구, 그렇다니까. 내 얘기가 바로 저거라고. 저래서 한국은 아직 멀었다는 거야.
20은주 우리나라도 뭔가 생각을 바꾸긴 해야 돼요. 나라는 선진국이 됐는데 아직 국민이 선진국이 못됐나?
21경실 난 아니라고 봐. 국민은 옛날부터 선진국이었어.
22로사 그럴까?
23경실 다른 사람들 의견을 한 번 들어봅시다.
24로사 어디서 누구에게 물어봐요?
25정희 다 준비가 돼있죠. (조명실을 향해) 조명 켜 주세요.

객석 조명 살짝 들어온다.

26정희 (객석을 향해) 아까 받은 설문지 다 작성하셨죠? 자 그럼 지금부터 종이 비행기를 접겠습니다. 접지 못하는 분은 저를 따라 함께 접어 주세요. (모두 종이 비행기를 다 접으면) 이제 다 접으셨나요? 그럼 지금부터 비행기를 손에 드세요. 그리고 제가 하나 둘 셋을 하면 저에게로 날리는 겁니다. 준비. 하나 둘 셋.

관객들이 종이 비행기를 날린다. 배우들이 손에 잡히는 대로 열어 읽는다. 10개 정도?

27정희 봐. 이렇게 문제가 많잖아. 이거 다 어떻게 해결할 건데?
28로사 자매님. 그건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는 잘 전달을 해서 해결을 돕도록 해야죠.
29정희 하여간 한국은 안돼!
30로사 자매님! 그건 일본이 우리에게 덧씌운 패배자 교육의 사고방식입니다.
31정희 오케이. 오케이. 수녀님. 근데 왜 나한테만 이러세요?
32로사 자매님을 더 사랑하니까.
33경실 그만하세요. 이런 문제 저런 문제, 문제 많아요. 하지만 여태까지 했던 것처럼 다 해결할 거예요. 우리 금 모으기도 했던 민족이잖아요.
34은주 문제는 어디에나 있어요. 세상에 문제 없는 나라 있어요? 미국에 문제 없어요? 우리보다 더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을걸요.
35로사 참, 옛날이 좋았어요. 어렸을 때 우리 시골은 정말 힘들었어요. 전기가 안 들어오니까 당연히 티비 같은 건 없고 여름 방학 되면 그냥 하루 종일 강가에 가서 살았고 겨울 되면 썰매 만들어서 썰매 타고 그렇게 살았죠. 그리고 겨울에는 밤만 되면 할머니가 내 옷 벗겨서 호롱불 아래서 이 잡고 헤진데 꿰매고 그랬어요. 우리가 옛날에는 그렇게 살았는데. 근데 지금은 미국이라는 나라에 와서 이렇게 호강하고 살고 있네요.

조명 바뀌며 회상. 무궁화 꽃이, 공기 놀이, 고무줄 놀이… 를 한다. 노래도 부르면서. 남자 몰래 등장해서 고무줄을 끊어서 도망가고 따라가고… 남자 다시 등장. 족자를 하나 가져와서 펼치고. 거기에는 청춘 예찬이 쓰여 있다.

36남자 청춘예찬. 민태원.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汽罐)같이 힘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바로 이것이다.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더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얼음에 싸인 만물(萬物)은 죽음이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따뜻한 봄바람이다. 풀밭에 속잎 나고, 가지에 싹이 트고, 꽃 피고 새 우는 봄날의 천지는 얼마나 기쁘며, 얼마나 아름다우냐? 이것을 얼음 속에서 불러내는 것이 따뜻한 봄바람이다. 인생에 따뜻한 봄바람을 불어 보내는 것은 청춘의 끓는 피다. 청춘의 피가 뜨거운지라, 인간의 동산에는 사랑의 풀이 돋고, 이상(理想)의 꽃이 피고, 희망(希望)의 놀이 뜨고, 열락(悅樂)의 새가 운다.

남자 퇴장하고 조용필 노래 나오고 기차 기적 소리 여자들 함께 기차 타고 여행가면서 놀이도 하고 등등. 마지막 기타 치면서 노래.
37로사 아, 옛날이여.
38은주 진짜 옛날 생각난다. 엄마 아빠 형제들도 생각나고.
39로사 엄마! 아빠! 잘 계시죠? 미안해요. 자주 연락도 못드리고… 연락한다 연락한다 하면서 내 사는게 바쁘니까 엄마 아빠를 자꾸 잊어요. 정말 미안해요.
40정희 나도 엄마 생각나. 엄마.
41경실 (가볍게 읊조리며 노래)
낳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오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없어라
42정희 에이 그 왜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들지.
43경실 자 자 바꿉시다. 분위기 좀.
44은주 그래요.
45경실 우리 여행와서 필요 이상 심각한 얘기를 했네요.
46정희 뭐 필요한 얘기긴 하지만
47경실 그래도 여행이라면 여행답게. 쉬면서 즐기자고 온 건데.
48로사 이런 얘기하는데 뭐 때와 장소를 가릴 필요는 없죠.
49은주 그러고 보니까 우리가 좀 나쁘다. 괜히 남편 흉보고 자식들 원망한 거 아닌가?
50정희 우리가 뭐 없는 말했나? 그건 사실이잖아.
51은주 그렇죠. 사실 남편이 집에 무관심하고 자식들도 멀어진게 맞으니까.
52로사 그래도 다 나름 이유가 있잖아요.
53은주 근데 그래도 자식들은 이해할 수 있어요. 지들 나름대로 사는게 힘들잖아. 우리도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알잖아. 물론 이해한다고 섭섭하지 않은 건 아닌데. 근데 이 남편은 이해가 안돼.
54경실 그래. 이제 다 늙어서 집에는 저하고 나뿐인데
55은주 그렇지. 나 하나 뿐이잖아. 결국 끝까지 서로 의지하고 힘들 때 도울 수 있는 건 나 뿐인데. 지가 내편이 되고 내가 지 편이 돼야지. (객석을 쳐다보며) 그래요 안그래요? 어, 대답이 없네. 그래요 안그래요? 그렇죠? 친구가 아프면 가서 밥이라도 해 주고 빨래라도 돌려줄 거예요? 아니죠? 그럼 누가 해줘요? 마누라가 해 줄 것 아니에요. 똑바로 기억해요. 너한테는 나밖에 없다. 니가 힘들 때 너와 함께 있어줄 사람은 나 뿐이다. 자 여기 계신 남편 여러분. 옆에 계신 와이프를 지긋이 바라보면서 나를 따라 복창합니다. 나 힘들 때, 에헤 이 목소리 보소. 더 크게. 나 힘들 때, 같이 있어줄 사람은, 너 뿐이다. 한 번 더 나 힘들 때, 같이 있어줄 사람은, 너 뿐이다. 똑바로 해라. 안 그러면 뒤진다.
56경실 당연히, 우리도 더 잘해야죠. 너무 남자들 미워하지 말고
57정희 갱년기라고 피곤하다고 짜증난다고 피하지 말고
58로사 동료들에게도 더 잘해 주고
59은주 남편에게도 더 따뜻하게 해주고
60경실 당연히 자식들 더 세심하게 살펴주고
61정희 남에게 의지하려 하지 말고
62로사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63은주 사소한 일들로 남들 미워하지 말고
64경실 이게 바로 우리 중년의 삶이겠죠.
65은주 중년? 뭔가 우리가 늙은 것 같은데.
66정희 늙은 건 맞지. 이제 살 날이 살아온 날보다 덜 남았으니까.
67로사 어쨌든 이제 남은 인생을 더 멋지게 살아야 할 텐데요.
68경실 우리 어떻게 살지 조금 전에 다 얘기했잖아요. 너무 남자들 미워하지 말고
69정희 갱년기라고 피곤하다고 짜증난다고 피하지 말고
70로사 동료들에게도 더 잘해 주고
71은주 남편에게도 더 따뜻하게 해주고
72경실 당연히 자식들 더 세심하게 살펴주고
73정희 남에게 의지하려 하지 말고
74로사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75은주 사소한 일들로 남들 미워하지 말고
76로사 좋아요. 앞으로 더 멋진 인생을 살아 볼까요? 근데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에요.

“갑시다”하고 약간 움직인 후 뒤돌아본다

77로사 이제 슬슬 걱정이 되네. 오늘 사실은 해야 할 일이 많았는데.
78경실 집에 갈 시간이 되니까 걱정이 시작되네요.
79정희 집에 돌아가면 오늘 처리했어야 할 일들 날 기다리고 있겠네.
80은주 아이고 이건 단 하루도 맘 편하게 생활에서 벗어날 수가 없네.
81경실 그러게. 언제나 다 털어 버릴 수 있을까?
82은주 골프씨 남편은 아직도 밖에 있을거고, 아이들은 말해 뭐해
83로사 그래도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너무 좋았어요. 혹시 알아요? 좋은 소식이 기다리고 있을지?
84은주 좋은 소식이라….
85경실 이제 즐거운 여행도 끝나갑니다.
86정희 갑갑하겠지만 앞으로도 우리가 살아갈 인생이죠. 한 숨 자면서 가면 되겠네요. 좋은 꿈이라도 꾸면서.
87로사 좋은 꿈…

배우들 서로 기대어 잔다. 조명 바뀌고

88남자 (목소리만) 엄마. 나 이번 주말에 애들이랑 갈게요. 엄마 좋아하는 갈비찜 만들어 가지고 갈테니까 어디 나가면 안돼요. 밥 먹고 같이 외출이나 합시다. 그리고 앞으로는 자주 들를게요. 이제 새 병원에 적응이 되기 시작해서 여유가 좀 생겼어요. 엄마, 사랑해요.

잠시 후

89남자 여보. 그 동안 얘기는 안했는데 당신이 너무 집에서만 고생하는 것 같아서 우리 둘이 여행 좀 다녀오라고 애들이 알래스카 크루즈 티켓을 준비했다네. 같이 즐겁게 다녀옵시다. 사랑해요,

배우들 자고 있다. 약간은 지치고 불쌍한 모습으로. 잠시 후 남자 등장

90남자 중년예찬. 윤용호. 중년!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애틋한 말이다. 중년!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쇠락해 가는 심장의 박동 소릴 들어보라. 중년의 피도 뜨겁다. 중년의 심장은 박동이 약할지라도 끈기가 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유지시켜온 저력은 바로 이것이다. 지혜는 날카로우나 부드러운 혀끝에 있어야 하고, 용기는 거룩하되 무모하지 않아야 한다. 중년의 따스한 위로가 아니라면 우리 삶이 얼마나 날카롭고 무모하랴? 힘 빠진 중년에게 생활의 의지를 다시 불러오는 것은 갱년기 아내의 바가지이며, 성장한 자녀들의 아우성이다. 머리는 빠져가고, 피부는 주름져도, 지혜롭고 노련한 중년의 위로는 얼마나 값지고 얼마나 눈물겨우냐? 아내를 다시 일어서도록 하는 것은 남편의 사랑이다. 자식을 다시 일어서도록 하는 것은 중년의 거덜난 주머니다. 중년의 피가 아직도 뜨거운지라, 인간의 동산에서 사랑은 열매를 맺고, 지혜의 꽃은 무성해지고, 희망은 계속되며, 피가 식는 그 날까지 중년의 대답 없고 공허하지만, 자랑스러운 삶은 계속된다! Bravo 중년! Bravo my life! Bravo our life!

노래 소리 커져 가며 막. 암전.